莊子休鼓盆成大道
장자가 두드리던 물동이를 깨어버리고 도를 얻다
警世通言 馮夢龍
부귀는 한낱 새벽 꿈이요
공명은 한조각 뜬구름이라
눈앞에 골육이라도 또한 참이 아니거늘
남녀의 사랑이란 변하면 원수가 되느니
恩愛翻成仇恨 富貴五更春夢
功名一片浮雲 眼前骨肉亦非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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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은 제가끔 타고난 복이 따로 있느니
마소처럼 수고로움을 물려주지 말라
兒孫自有兒孫福 莫與兒孫作馬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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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시 부부란 한 숲에 깃든 새 같아서
날이 밝으면 각자 제갈 길로 나니.
夫妻本是同林鳥 巴到天明各自飛
원래 장자는 세 번 장가를 들었는데 첫 번째 처는 병을 얻어 일찍 죽고, 두 번째는 허물이 있어 내쳐버리고, 세 번째는 제나라 왕족인 전씨다.
장자가 제나라에 있을 때 제왕이 그 인품을 사랑하여 왕실의 여인을 얻게 되었는데 여인은 자색이 일색일뿐더러 피부가 얼음결같이 매끄럽고 희며 마치 선녀 같은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장생이 원래 여자를 탐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 여인 만큼은 물과 고기처럼 항상 곁에 두고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초나라 임금이 장자가 어질고 현명하단 소리를 듣고 재상의 예로 초빙하여 온갖 예우를 해주었는데도 사양하고 부인과 더불어 曹州의 南華山에 은거하며 살았다.
어느 날, 장자가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허물어진 묘지를 바라보며 탄식하기를 늙었거나 젊었거나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갈 곳은 오직 무덤뿐이라, 사람은 어찌하여 다시 살아날 수 없는가?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는데 홀연히 아직 흙이 마르지 않은 새로운 무덤 앞에 소복을 한 젊은 여인이 부채를 들고 무덤을 향하여 부채질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모양이 하도 괴이하여 “이보시오 부인……. 그 무덤에 누가 묻혔으며 무슨 연고로 부채질을 하는 거요?"하고 물으니, 앵두 같은 입술에 꾀꼬리 같은 음성으로 도리에 맞지도 않는 대답이 "불행하게도 지아비의 무덤입니다, 지아비가 죽으며 이르는 말이 '여자 혼자는 못살 터이고 시집은 가야 할 것이나 살던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무덤이나 마르거든 그때 가서 시집을 가든 말든 하라.' 했는데 어느 세월에 무덤이 마르겠습니까? 해서 부채질을 하고 있답니다.”
장생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기를 “참으로 성질이 급하기도 하시오. 살을 비비고 섞으며 살 때를 생각해서라도 그쯤은 기다려야 도리가 아니겠소. 허나 꼭 무덤이 마르기를 원한다면, 낭자의 여린 팔로 아무리 부채질을 부지런히 한들 쉽게 마르지 않을 것 같으니, 원한다면 내가 도와주리까?”
부인이 일어나 부채를 건네주어, 장생이 그 부채를 받아 道力으로 한두 번 부쳐대니 곧 무덤이 말라버렸다. 부인이 고맙다는 인사를 누누이 건네며 머리에서 은비녀를 뽑아 부채와 더불어 억지로 사례를 한다. 본래 재상의 자리도 마다한 장생인지라 은비녀는 돌려주고 부채만 얻어 집으로 돌아와 초당에 앉아 부채를 펴들고 詩 한 수 읊는다.
미워할 인연이거든 맺지나 말지
어쩌다 서로 맺어 이다지 미웁던가.
죽은 후에 정이란 게 없는 줄 알았지만
생전에 서로 사랑했으면 그만 인 것을...
뒤에 있던 부인 전씨가 묻기를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장자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이 바로 무덤 말리던 부채인데 내가 도와준 것을 사례하는 의미로 내게 준 것이라오."
부인 전씨가 홀연히 분개하여 "이런 찢어 죽일 년을 보았나!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세상에 그와 같은 여인이 많기야 하겠소?"
다시 詩 한 수를 읊는다.
살아생전 깊지 않은 사랑 어데 있던가?
죽은 뒤엔 무덤이 더디 말라 원망이라네.
용과 범을 그린다고 뼈를 어이 그릴까.
아는 것은 얼굴이요 모를 것은 사람 마음.
부인 전씨가 분함을 참지 못하고 장주의 얼굴에 침을 튀기며 달려든다. "자고로 어버이를 버리면 원망을 받아야 하고 예의를 모르면 남의 노여움을 받아 마땅하다 하였는데, 사람이 생김새는 같을지라도 현명하고 어리석음은 다르다 하였소이다.
그따위 경박한 언행으로 천하의 아름다운 부도를 능멸한다면 누가 아름다운 풍속을 지켜 따를 것이오. 그 허물이 결코 적다 못할 터 천하의 재사로 자처하는 선생께서 장차 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장자가 말하기를 "너무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마소. 가령 불행한 일이 있어 내가 곧 죽는다 하면 그대는 꽃다운 나이에 어찌하려오.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세월을 참지 못하고 각각 제 갈 길을 찾을 것 아니겠소."
이에 부인이 다시 말하길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으며 열녀는 두 사내의 품을 넘나들지 않는다 하였는데, 만약 불행한 일이 생긴다 하여도 나에게 그리 몰염치한 말을 할 수 있겠소. 삼년 오재라니……. 한 세대를 지난다 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요."
장자가 말하길 "그게 쉽지는 않으리다. 장담할 일 아니라오."
다시 부인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기를 "흥! 부인들도 뜻을 세우면 어쭙잖은 사내들보다 백배 천배나 나은 줄 모르시나? 부도가 있는 아녀자는 말 한 필에 안장 하나 오로지 아름다움을 지킬 뿐이오." 하며, 한 손으로 장주의 부채를 홱 낚아채더니 발기발기 찢어버린다.
"너무 결기를 세우지 마오. 흘러가는 말로 한번 해본 것뿐인데" 그러고는 곧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장주가 우연히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아누우니 부인 전씨가 병상을 부여잡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슬픔을 참지 못한다.
장자가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 아무래도 죽을 것 같소. 헌데 부채를 이미 찢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하오? 당신이 필요할 터인데……."
"어찌 또 그런 말을 하시오. 글을 아는 아녀자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믿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 먼저 목숨을 거두리다. 그런 연후에 내 마음을 알 것 아니겠습니까?"
"알았소이다. 부인의 고결한 인품을, 이제는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겠소, 잘 사시오. 나는 가오……." 마침내 장주가 눈을 감는다.
부인 전씨의 슬픔은 이루 형용하기 어렵다. 시체를 염하여 몸채를 안방에 안치하고 흰옷으로 상복을 지어입고, 아침저녁 오밤중에도 울며불며 슬픔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레가 되던 날 홀연히 준수한 소년 선비 한 사람이 얼굴은 분을 바른 듯 백옥 같고 붉은 입술에 그린 듯이 기다란 속눈썹, 호수같이 맑고 깊은 눈동자,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데 붉은 도포에 검은 관을 쓰고 붉은 신발에 화려한 띠를 두르고 늙은 하인 하나를 대동하여 나타났다.
"시생은 초나라 왕손인데 일찍이 장주선생과 약속이 되어있어 오늘 찾아뵙고 선생의 문하에서 글공부하려 하였으나 와서 보니 선생님은 이미 이 세상분이 아니라! 재삼 애석할 따름입니다." 하며 황망히 화려한 옷을 벗고 행장에서 소복을 꺼내 갈아입고, 상청에 올라 절을 올리고 슬프게 哭을 한다.
"선생님! 제자 인연이 없어 불원천리 헛걸음을 하였사오나,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므로 百日之喪을 모실까 합니다."
눈물 뿌려 상청에 고한 후 전씨 부인 뵈옵기를 청한다.
일언일구 일투족 일거수 깍듯이 師母의 예로 대한 뒤 백일동안 상청에 기거할 것을 청하니, 부인 전씨 심신이 나른하고 정신이 혼란하여 무슨 대답을 하였는지조차 헤아릴 길이 없다. (세상에 저다지 잘난 사내도 있다던가?)
저녁을 물리고 잠자리와 거처를 주선해준답시고 전씨 부인 행보가 한가로울 리 없다. 왕손이 부인에게 청하기를 "평소 스승께서 아끼시던 경전을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그럼요 보여 드리다마다……." 南華眞經과 노자의 道德經을 서가에서 꺼내주니 경전을 받는답시고 살며시 전씨 부인의 손을 부여잡으며 은근한 눈으로 감사를 표한다.
아침저녁 하루에도 열두 번씩 풀 방구리 새앙쥐 드나들듯 상청을 들락 이던 전씨 부인, 타는 가슴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는지 드디어 왕손의 늙은 하인을 은밀히 불러 술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직접 술까지 쳐주면서
"왕손은 혼인하여 처자가 있는 사람인가?"
"아닙니다. 아직 총각입니다."
"헌데 아직 왜 미장가이실까? 무척이나 까다롭게 고르고 있나 보지? 혹여나 어떤 여인을 고르고 있는지 아는 대로 말해 보시게"
"언뜻 말씀하시길 사모님 같으신 분인 듯하였습니다."
"어허! 나 같은 여인이라……. 자네 말이 참이라면 나와 왕손을 위하여 중매를 서주지 않겠나?"
"이곳은 첩첩산중이라 중매 서줄 마땅한 사람도 없으니 자네가 이 일에 수고 좀 해주면 고맙겠네."
"그러합지요. 부인."
"하면 당장 한달음에 달려가 왕손의 대답을 받아오게 좀 늦은 시각이라도 관계치 않으리니……."
삼경이 지나고 오경이 되어도 왕손의 하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인 전씨의 온몸이 불같이 달아오른다.
날이 밝아도 아무 소식이 없다.
체면이고 뭐고 머릿속엔 온통 왕손의 건장하고 늠름한 모습이 아른거릴 뿐이요. 그때마다 땀이 흘러 고쟁이 자락이 촉촉이 젖는 것은 어인 일일까?
해가 질 무렵에나 하인을 만났다
"어찌 대답하시던가?"
"그게요, ~……. 아무래도 안 되겠답니다."
"아니 안 되겠다니……. 내게 안될 만큼 부족함이 있다던가? 용모로 말하자면 월궁항아가 부끄러울 지경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또 무엇이 문제라던가?"
"첫째는, 안방에 송장이 있으니 신방을 차려도 신부께서 어찌 즐거운 마음이 생기겠으며,
둘째는, 莊 선생은 천하의 명사인데 그분의 사랑을 받던 부인께서 나 같은 사람은 마음에 흡족지 못할 것이며,
셋째는, 나를 따르는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고로 지금은 수중에 노잣돈이 넉넉지 못하니 갖추어야 할 예물, 폐백, 잔치를 차릴만한 재물이 없어 혼인을 허락할 수 없답니다."
"그런 것이라면 하나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전하게, 흉물이 담긴 棺이야 뿌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장 뒤채 헛간으로 옮기면 될 것이고, 莊 선생의 이름 또한 헛된 이름이니 일찍이 자기 가정하나 꾸리지 못하고 둘째 부인을 내친 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시정잡배와 별반 다름이 없었으니, 도덕군자란 얼토당토않음이라. 오히려 초나라 왕손은 예의범절과 마음 씀씀이 정히 군자의 도리에 합당한 존귀한 신분이오, 나 또한 제나라 왕가의 후예라 어찌 천생연분이 아니라 말할 수 있으리오. 다음으로 재물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못 되느니 적막 산중엔 인적이 귀하여 잔치를 치러야 할 일도 없거니와 다행히 나에게 금자 이십 냥이 있으니, 이 돈으로 필요한 의복은 마련할 수 있으리니 아무 걱정할 게 없다 전하고 가능하면 오늘 밤에 동방에 화촉을 밝히자 이르라." 한다.
하인이 이십 냥을 받아들고 왕손의 처소에 잠시 들렀다 돌아와 왕손의 허락을 받았다 이르니, 전씨 부인이 주체할 수 없는 환희에 넘쳐 오색 무지개 타고 구름 위에 노니는 듯 천지구분을 못 하더니, 이윽고 하인들을 불러 송장을 뒤뜰 헛간으로 옮기고 내당을 정갈하게 쓸고 닦으라. 이르고, 상복은 벗어 팽개치고, 화려한 비단옷 걸쳐 입고, 붉은 입술 푸른 눈썹 분단장 곱게 하고 하느작거리며 뜰로 내려서는데 과연 선녀를 방불할 절대 가인이라.
과부는 새 단장 준수한 사내 때문인데
은근한 수작질은 왕손의 뜻이던가?
一馬에 안장하나 누구의 말이었나?
오늘 밤 새낭군 신바람 나겠네.
이날 밤 내당엔 황 촛불 휘황히 밝히고 타오르는 향불에 은은한 향기 서려오는데 옆구리 향낭 속엔 여우 거시기까지 꿰차고 왕손 맞이할 준비는 한 치의 소홀함이 없다.
이윽고 두 남녀가 부부가 되는 절차를 마치고 손잡고 화촉동방으로 들어간다.
합환주를 서둘러 마시고 신부의 겉옷을 벗긴 다음 원앙금침 한 자락 젖히고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왕손의 두 눈이 하얗게 뒤집어지면서 입에는 게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나뒹군다.
부인 전씨 황급히 왕손의 하인을 부르는데 알몸에 몇 가닥 걸친 실오라기가 변변히 가려질 리 없다. 하인이 보기에 민망하여 손으로 눈 가리는 시늉은 하였으나 벌어진 틈새로 하인의 왕방울 눈깔이 화등잔 같다.
부인의 입에서 새어나온 소리, "어찌하여 이런 일이...?"
하인이 사유를 고한다.
"왕손께서는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병을 앓고 계셨는데 일, 이년에 한 번씩 발작하는 병이나 고칠 수 있는 약은 없사오나, 다만 한 가지 처방이 있기는 하옵니다. 그러하나 이와 같은 깊은 산중에는 구할 길이 없으니 하릴없이 왕손께서는 불귀의 객이 되는가 봅니다."
"그게 무슨 처방인가 빨리 말해보게"
"사람의 뇌 속에 들어있는 골수인데 평상시엔 초왕 전하께서 사형수의 골수를 내려 주시었으나, 지금 이 산중에 사형수도 있을 턱이 없겠고 아무리 지엄한 초왕의 어명이라 할지라도 어찌 이곳까지야 미치겠습니까?"
"그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 하던가?"
"예! 그것이 죽은 지 49일 이전이면 혹시 효험을 볼 수 있다 들었습니다."
부인이 선뜻 대답하기를…….
"헛간에 있는 지아비의 송장이 죽은 지 이십 여일이라 관을 깨고 꺼내 쓰면 되겠구나."
"하오나 마님께서 그리 허락을 하시겠습니까?"
"내 이미 왕손과는 부부가 되었는데 아내 된 도리로 지아비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던 해야 하지 않겠나? 이치가 그러하거늘 그까짓 썩어가는 송장이 무엇이 아깝겠나?"
하인에게는 왕손을 지키라 이르고
오른손에 도끼를, 왼손엔 등불을 들고 관 뚜껑을 바라보다, 등불은 내려놓고 두 손으로 도끼를 단단히 거머쥐고, 머리 위로 높이 쳐올려 냅다 내려치니 단번에 뚜껑이 쩍 갈라진다.
뚜껑을 뜯어내고 들여다보니……. 이게 도대체 웬일인가?
반쯤은 썩어 마땅할 송장이 꿈틀거리더니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입을 벌려 하품을 한다.
전씨 부인이 자신도 모르게 악! 소리 지르며 도끼를 땅에 떨어트린다.
이때, 장주가 상반신을 곧추세우며 부인에게 이르기를,
"어서 나 좀 부축하여 일으켜주오."
일어선 장주가 등불을 집어 들고 안채로 걸어가니 전씨 부인 아니 따라갈 묘책이 있겠는가?
"이것 참 큰일이네. 안방에 왕손과 하인이 있을 터 무엇이라 변명할까?"
등줄기에 오싹 식은땀이 흐르고 오금이 얼어붙은 듯 촌보를 옮길 수 없는데……. 헌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왕손 일행은 온데간데없다.
에라, 모르겠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당신이 죽은 후 오매불망 아침저녁 끼니도 거르면서 서러워하였더니 관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로 옛적엔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일이 있었다. 들었기로 혹시나 하여 관을 열어보았더니 과연 당신이 살아 돌아왔구려, 이것이 생시인지 꿈인지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도 감사합니다."
장자가 말하길
"당신의 그 깊은 情誼에 감사할 따름이나 한 가지만 물어보겠소. 상복을 입어야 할 당신이 화려한 비단옷은 어쩐 일이요?"
"관을 열면 기쁜 일이 생길 터 흉측하게 상복을 입을 필요가 있겠어요. 화려한 옷을 입고 당신을 기쁘게 해주려 했지요, 호호호……."
"닥치시오. 棺은 안방에 있어야 마땅하거늘 어찌하여 뒤꼍 헛간에 방치했으며, 널려있는 주안상과 원앙금침은 또 무슨 해괴한 일인지 말해보오."
전씨 부인이 아무리 말재주가 좋더라도 할 말이 없어 묵묵히 대답이 없으니 장주 더 이상은 캐묻지 않고 차려놓은 술상 앞에 앉아 술이나 따끈히 데워오라 이른다.
이에 용기를 얻은 전씨 부인 술 시중을 들고 여우 해골 까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온갖 간롱을 다 떨더니 장주가 거나하게 취했을 즈음 어서 금침 속으로 함께 들기를 재촉하니,
"나에게 지필묵을 가져다주오."
곤드레 취한 줄 알았던 장주 일필휘지 한 수 詩를 짓는다.
조금 전 전생의 원한 이미 갚았느니
너 사랑할 제 나 아니었노라
너와 나 부부 정리 중한 것이라면
도끼로 천령개 쪼갤 때 두렵지 않더냐.
부인이 이 시를 내려다보며 무참히 부끄러워 아무 말 못할 제
또 한 수를 써 내린다.
잠자리나 같이한 부부를 은혜라 말하랴
새사람이 좋으면 옛사람 잊느니
내 받는 것은 관을 깨고 시퍼런 도끼날
무덤에 부채질과 무엇이 다르랴.
그대에게 보여줄 게 있느니 저곳을 바라보라
과연 왕손과 하인이 천천히 걸어온다,
원래 장주는 道를 얻은 도인인지라 몸을 숨기거나 다른 사물로 변하는 변형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허사로다!
구구한 변명과 애원이 통할 리 없음을 알아차린 부인 스스로 허리띠를 풀어 대들보에 목을 매었다.
슬픈 일이로다!
부인의 죽음을 확인한 뒤 쪼개진 관을 치우고 물동이를 엎어놓고 악기 삼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천지의 무심함이
나와 너를 낳았도다.
내 너의 지아비가 아니며
너 또한 내 아내가 아니로다.
우연히 서로 만나
한방에 함께 살았을 뿐이로다.
때가 이르러 끝이 남은
만났다가 헤어짐이로다.
사람의 어진 마음 없음이
죽고 사는 대로 情을 옮김이로다.
마침내 얻은 깨달음은
죽지 않을 수 없음이로다.
네 생전에 뜻대로 살았으며
네 죽어서 텅 빈 공허로 돌아갔음이로다.
네 나에게 조상함은
큰 도끼를 내리침이라,
내가 너를 조상함은
너를 위하여 노래를 부름이로다.
바람을 가르는 도끼 소리에 내 살아나고
내 노래 부르는 뜻 너는 알리라
슬프도다!
물동이를 깨부수면 다시 소리 낼 수 없느니
너는 누구고 나는 누구였던가!
노래를 마치고 다시 詩 한수
네 죽으면 나는 널 묻어주고
내가 죽으면 넌 다시 시집가리라
내가 만약 진실로 죽는다면
인생이란 한바탕 웃음 꺼리어라.
장주 한바탕 크게 웃더니 물동이를 깨버리고 초당에 불을 지르자, 집이고 깨어진 관이고 모든 게 활활 타버리니 훌훌 털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산중에 남은 사람들이 잿더미를 헤쳐 보니 오직 타지 않은 것은 道德經과 南華眞經이라, 이를 수습하여 후세에 전하였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이후 장주는 천하를 유람하다 함곡관에서 노자를 만나 둘이 신선이 되었다 한다.
後人詩曰:
출세 위해 妻를 죽인 오기는 무식한 놈
한 계집에게 몸을 상한 순령 또한 어리석은 놈
물동이 깨부순 장주를 보라
구애 없이 즐기고 사는 자
스승이로다.